'위클리LCK'는 한 주간 있었던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코리아(LCK)'의 동향을 알아보고, 이를 주관적으로 분석해보는 코너입니다. 각 구단들의 리그·토너먼트 대회 결과부터 선수들의 일상이나 이적 소식 등을 조명합니다.


다음달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국제 대회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을 앞두고 T1이 직면한 과제는 실력 검증보다 '부담감 떨쳐내기'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 9일 LCK 스프링에서 3연승 준우승 고리끊기에 실패하면서, MSI에 출전하는 T1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욱 날카로워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지난 9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 LCK 스프링 결승전'에서 T1은 젠지에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전문가들이 압도적으로 T1의 우세를 예상했음에도 젠지가 T1을 세트스코어 3대 1로 앞섰다. 앞서 1, 2세트를 젠지에 내준 뒤 3세트에서는 승리하며 역전의 기회를 얻었지만 4세트에서 접전 끝에 패했다.

결승전 직후 열린 인터뷰에 참석한 배성웅 T1 감독과 '구마유시' 이민형 선수의 표정은 유독 좋지 않았다. 연신 고개를 떨구거나 허공을 쳐다보는 식으로, 여타 준우승팀의 인터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먼저 두 사람은 스프링 결승전을 마무리한 소감에 자책을 섞었다. 배성웅 T1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오늘 열심히 하고 잘했다"면서도 "하지만 제가 부족해서 상대보다 준비를 덜 한 것 같다. 이게 (패인으로)제일 크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구마유시' 이민형 선수도 "우리 팀과 나에 대한 확신이 있고, 주변에서도 T1의 승리를 점치는 상황에서 패배하게 되면 혼란스러워진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밴픽이 잘못이었나 생각도 해보고 각 게임에서의 판단이나 플레이에 대해 생각해보는데, 지금은 그냥 많이 혼란스러울 뿐"이라고 답했다. 
 

T1은 이번 스프링 시즌 강력한 우승 전력으로 꼽혔다. 정규 리그에서도 1위를 기록했고, 플레이오프에서도 전승하며 결승전까지 올라왔기 때문이다. 팀워크는 물론 각 선수별 개인 역량도 지난해 대비 발전했다고 평가받았다. 

일각에서는 플레이오프 기간 패자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더블 엘리미네이션' 제도가 도입된 것이 T1이 결승전에서 패한 데 영향을 끼쳤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상대팀인 젠지가 전날 같은 장소에서 한 차례 경기를 치르면서 현장 적응에 도움을 받았다고 보는 시선이다.

배 감독은 바뀐 플레이오프 포맷이 T1에게 어떻게 작용했는지 묻는 질문에 "젠지가 경기장과 분위기에 적응했다고 본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중요한 것은 상대가 더 잘했고, 이에 대처를 잘 못했던 것이 문제"라며 "젠지가 지난 경기에서의 패배를 밑거름 삼아 발전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로 T1은 결승 무대 4연패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지난해 '2022 LCK 스프링' 우승 이후 진행된 대회인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와 '2022 LCK 서머', '2022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모두 결승에 진출했음에도 우승에는 다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승전 직후 인터뷰 현장에서도 이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결승에서만 4연속 패배를 기록해 더 이상 미숙한 경기 준비를 탓하기보다는 T1이 가진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목소리다. 

배성웅 감독은 이에 대해 큰 경기에 대해 여유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팀워크나 실력으로는 이미 최고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다른 해답보다는 이런 경기(결승전)에서 침착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음달 출전하는 MSI 대회를 두고 하는 말이기도 하다. 

배 감독은 "지난해 LCK 스프링 이후 계속 준우승하고 있다"며 "큰 경기에 있어 우리가 어떤 것이 필요한지는 조금 더 생각해봐야겠다"면서도 "이런 경기에서 조금 더 침착하고 여유있게 게임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팬들에게는 "벌써 네 번째 실망시켜서 죄송하다"며 "다음달 열리는 MSI에서 최대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마무리했다.